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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포 안을 걷는 배달원, 키네신은 무엇을 운반할까?

    세포 안을 걷는 배달원, 키네신은 무엇을 운반할까?

    며칠 전 SNS에서 아주 신기한 영상을 보았습니다.

    가늘고 긴 레일 위를 작은 존재 하나가 두 다리를 번갈아 내밀며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움직이는 모습이 너무 생생해서 처음에는 누군가 AI로 만든 영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설명을 읽어보니 이 작은 존재는 우리 몸의 세포 안에서 일하는 단백질이라고 했습니다. 이름은 바로 키네신(kinesin)​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본 영상이 실제 현미경으로 촬영한 원본인지, 연구 결과를 토대로 만든 과학 애니메이션인지는 원본을 확인하지 않아 단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키네신이 세포 안의 길을 따라 움직이며 화물을 운반한다는 사실은 실제 연구로 확인된 내용입니다.

    도대체 이렇게 작은 단백질은 세포 안에서 무엇을 운반하고, 어떻게 가야 할 방향을 알고 움직이는 것일까요?

    키네신이란 무엇일까?

    키네신은 세포 안에서 여러 화물을 운반하는 모터 단백질입니다.

    모터 단백질이라는 말이 조금 어렵게 들릴 수 있지만, 에너지를 사용해 실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단백질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세포 안에는 미세소관(microtubule)​이라는 가느다란 단백질 구조물이 뻗어 있습니다. 미세소관은 세포의 모양을 지지하는 뼈대 역할도 하지만, 세포 내부의 물질이 이동하는 길로도 이용됩니다.

    키네신은 이 미세소관 위에 결합해 한쪽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우리가 흔히 그림이나 애니메이션에서 보는 kinesin-1에는 미세소관을 붙잡는 두 개의 머리 부분이 있습니다. 이 두 머리가 번갈아 앞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마치 사람이 두 다리로 걷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키네신을 설명할 때 ‘세포 안을 걷는 단백질’이라는 표현이 자주 사용됩니다.

    키네신은 정말 두 다리로 걸을까?

    미세소관 위에서 두 머리를 번갈아 움직이는 kinesin-1 모터 단백질

    키네신이 사람처럼 생각하면서 발을 내딛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두 머리가 번갈아 앞으로 이동하는 방식은 실제 실험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이를 과학자들은 핸드 오버 핸드(hand-over-hand) 방식이라고 부릅니다. 두 손으로 줄을 번갈아 잡으며 앞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됩니다.

    가장 많이 연구된 kinesin-1은 미세소관을 따라 약 8나노미터씩 앞으로 이동합니다.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이므로 눈으로는 볼 수 없을 만큼 작은 거리입니다.

    키네신이 움직이려면 에너지도 필요합니다. 이때 사용하는 것이 세포의 에너지 화폐라고 불리는 ATP입니다. kinesin-1은 일반적으로 한 번 이동할 때 ATP 한 분자를 분해해 얻은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다만 ‘키네신’은 하나의 단백질만을 가리키는 이름이 아닙니다. 사람에게도 여러 종류의 키네신 단백질이 있으며, 각각의 구조와 역할, 이동 방향이 모두 같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자주 보는 두 다리로 걷는 모습과 약 8나노미터라는 보폭은 주로 kinesin-1을 중심으로 한 설명입니다.

    세포 안에도 배송 시스템이 있다

    키네신의 역할은 세포 안에 작은 물류 시스템이 있다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 미세소관은 세포 안의 도로
    • 키네신은 도로 위를 이동하는 배송 기사
    • ATP는 이동에 필요한 연료
    • 소포와 세포기관은 목적지까지 옮겨야 하는 배송 화물

    하지만 키네신이 목적지를 스스로 판단하거나 길을 외워서 찾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미세소관에는 플러스(+) 말단과 마이너스(-) 말단이라는 방향성이 있습니다. 많은 종류의 키네신은 이 가운데 플러스 말단을 향해 이동합니다.

    세포 안에는 키네신과 반대 방향으로 화물을 운반하는 다이닌(dynein)​이라는 모터 단백질도 있습니다. 키네신과 다이닌을 비롯한 여러 단백질이 함께 작동하면서 세포 안의 양방향 운송이 조절됩니다.

    키네신은 무엇을 운반할까?

    키네신이 세포 안에서 옮기는 화물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여러 물질을 담고 있는 세포 내 소포
    • 세포의 에너지 생산에 관여하는 미토콘드리아
    • RNA와 단백질로 이루어진 복합체
    • 세포막으로 전달되어야 하는 물질
    • 신경세포의 말단으로 보내야 하는 여러 구성 성분

    키네신이 어떤 화물을 옮기는지는 키네신의 종류와 세포의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화물과 키네신 사이를 연결하는 단백질과 운반 과정을 조절하는 여러 신호도 관여합니다.

    혈액이 몸 전체의 물류망이라면, 키네신은 개별 세포 안에서 일하는 배송 직원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먹은 단백질을 배달하는 것일까?

    키네신 이야기를 처음 들으면 이런 궁금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먹은 단백질도 키네신이 몸 곳곳으로 배달해주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음식으로 섭취한 단백질은 소화 과정에서 주로 아미노산과 다이펩타이드·트라이펩타이드 같은 작은 조각으로 분해됩니다. 이들은 장에서 흡수된 뒤 우리 몸이 새로운 단백질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됩니다. 『단백질과 펩타이드의 차이가 궁금하다면, 「저분자 콜라겐·펩타이드·트리펩타이드의 차이」도 함께 읽어보세요.』

    각 세포는 공급받은 아미노산을 이용해 필요한 단백질을 새롭게 만듭니다. 키네신 역시 세포가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합성하는 단백질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키네신이 세포 안에서 소포와 세포기관 같은 화물을 운반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먹은 단백질 덩어리가 그대로 키네신이 되거나, 키네신이 음식 속 단백질을 등에 지고 혈관을 돌아다니는 것은 아닙니다.

    음식 속 단백질의 소화와 흡수는 몸 전체의 영양 공급 과정이고, 키네신의 운반은 그보다 훨씬 작은 개별 세포 내부에서 일어나는 과정입니다.

    신경세포에서 키네신이 중요한 이유

    키네신의 역할이 특히 중요한 곳 가운데 하나가 신경세포입니다.

    신경세포에는 축삭(axon)이라는 길고 가느다란 부분이 있습니다. 축삭은 신경 신호를 전달하는 통로로, 사람의 경우 일부는 1미터가 넘는 거리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신경세포의 축삭 안에서 미토콘드리아와 소포를 운반하는 키네신

    그런데 신경세포에 필요한 여러 단백질과 물질은 주로 세포체에서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물질을 멀리 떨어진 축삭 말단까지 보내려면 세포 안에서도 장거리 운송이 필요합니다.

    키네신은 미세소관을 따라 이동하면서 미토콘드리아와 여러 소포, 단백질 복합체 등을 축삭 말단 방향으로 운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세포 내부의 운송 이상은 여러 신경계 질환 연구에서도 중요한 주제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다만 키네신 한 종류의 이상이 특정 질환을 곧바로 일으킨다고 단순하게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질환의 발생에는 다양한 유전자와 세포 기능, 환경적 요인이 함께 관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SNS에서 본 키네신 영상은 진짜일까?

    키네신이 미세소관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이동한다는 사실 자체는 실제 실험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2004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키네신의 한쪽 머리에 형광 표지를 붙여 움직임을 추적했고, 두 머리가 번갈아 앞으로 나아가는 핸드 오버 핸드 방식에 대한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2023년에는 MINFLUX라는 초고해상도 현미경 기술을 이용한 두 편의 연구가 나란히 발표됐습니다.

    Wolff 연구팀은 시험관에서 재구성한 미세소관 위를 이동하는 kinesin-1의 움직임을 매우 정밀하게 분석했습니다. 함께 발표된 Deguchi 연구팀의 논문에서는 살아 있는 세포 안에서 kinesin-1이 이동하는 모습을 나노미터 수준으로 추적했습니다.

    하지만 연구진이 관찰한 것은 형광물질로 표시한 키네신의 위치 변화입니다. 사람처럼 생긴 몸통과 두 다리가 현미경 화면에 그대로 나타난 것은 아닙니다.

    SNS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선명한 키네신 영상은 실제 단백질의 구조와 실험으로 확인된 움직임을 바탕으로, 이해하기 쉽게 재구성한 과학 애니메이션일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키네신이 걷는다는 것은 모두 가짜다”라는 말도 맞지 않고, “SNS 영상에 보이는 모습이 현미경으로 그대로 촬영된 것이다”라고 단정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실제 과학적 관찰과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애니메이션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키네신 영양제도 있을까?

    키네신이 세포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니, 이를 보충하거나 더 활발하게 만드는 영양제가 있는지 궁금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키네신은 음식이나 영양제로 먹어서 직접 채워 넣는 성분이 아닙니다. 세포가 유전정보에 따라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단백질입니다.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가운데 ‘키네신 활성화 영양제’로 공식 인정된 제품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ATP가 키네신의 움직임에 사용된다고 해서 ATP 보충제를 먹으면 키네신이 더 빠르고 활발하게 움직인다고 해석해서도 안 됩니다. 세포 안의 ATP 생성과 사용은 매우 복잡하게 조절되며, 먹는 보충제를 키네신의 운동 능력과 곧바로 연결할 만한 근거도 부족합니다.

    키네신을 표적으로 삼는 치료제 연구는 항암제와 일부 희귀질환 치료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는 일반적인 영양제와는 전혀 다른 영역입니다.

    제품 추천이 없는 이야기가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몸이 어떻게 움직이고 유지되는지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 역시 건강정보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세포 안에서는 지금도 배송이 계속된다

    우리는 걷거나 움직일 때만 몸속에서 운동이 일어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세포 안에서는 키네신 같은 모터 단백질이 미세소관을 따라 이동하며 필요한 화물을 나르고 있습니다.

    물론 키네신이 사람처럼 생각하고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나노미터 크기의 단백질이 에너지를 사용하고, 정해진 길을 따라 움직이며, 세포가 필요한 물질을 필요한 장소로 옮긴다는 사실은 충분히 놀랍습니다.

    우리 몸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영양제나 질병 이야기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포 안의 작은 움직임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얼마나 정교한 체계로 유지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키네신과 주로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며 세포 안의 양방향 물류를 완성하는 또 다른 모터 단백질, 다이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1. Yildiz A, Tomishige M, Vale RD, Selvin PR. Kinesin walks hand-over-hand. Science. 2004;303(5658):676–678.
    2. Hirokawa N, Noda Y. Intracellular transport and kinesin superfamily proteins, KIFs. Physiological Reviews. 2008;88(3):1089–1118.
    3. Vale RD. The molecular motor toolbox for intracellular transport. Cell. 2003;112(4):467–480.
    4. Wolff JO, et al. MINFLUX dissects the unimpeded walking of kinesin-1. Science. 2023;379(6636):1004–1010.
    5. Deguchi T, et al. Direct observation of motor protein stepping in living cells using MINFLUX. Science. 2023;379(6636):1010–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