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당과 과당의 차이부터 시작해 물엿과 조청, 액상과당과 옥수수시럽, 꿀과 메이플시럽까지 하나씩 살펴보다 보면 결국 이런 질문에 닿게 됩니다.
“그래서 과당을 많이 먹으면 간에 지방이 쌓이는 걸까?”
특히 40대를 넘기면서 건강검진 결과에 지방간이나 높은 중성지방 수치가 언급되기 시작했다면 더욱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주제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과당과 지방간의 관계는 ‘먹으면 무조건 쌓인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얼마나 많이 먹는지, 어떤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지, 총섭취 열량이 남는 상태인지가 함께 영향을 줍니다.
오늘은 과당이 몸에서 어떻게 처리되고, 어떤 조건에서 간과 중성지방에 부담을 줄 수 있는지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과당은 몸에 들어오면 어디로 갈까?
음식으로 섭취한 과당은 소장에서 흡수된 뒤 문맥을 통해 간으로 전달됩니다. 섭취량과 조건에 따라 소장에서도 일부가 처리되지만, 간은 과당 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포도당은 뇌와 근육을 비롯한 여러 조직에서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과당은 포도당보다 간에서 담당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많은 양이 빠르게 들어오면 간의 대사 부담도 함께 커질 수 있습니다.
간에서 포도당과 과당은 서로 다른 대사 경로를 거칩니다. 과당은 포도당 대사의 주요 조절 단계와 다른 경로로 들어가기 때문에, 섭취량이 많고 에너지가 남는 상황에서는 지방 합성에 이용되는 재료를 더 많이 공급할 수 있습니다.
포도당과 과당은 모두 단순당이지만 흡수된 뒤 이용되는 경로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두 당의 기본적인 차이는 ‘포도당과 과당 차이, 설탕은 몸에서 어떻게 처리될까?’ 글에서 자세히 정리했습니다.
과당이 모두 지방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흔히 생기는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먹은 과당은 모두 뱃살이나 간 지방으로 변한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간으로 들어온 과당은 여러 경로로 나뉘어 처리됩니다. 일부는 포도당으로 전환되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고, 일부는 글리코겐으로 저장되며 젖산이나 지방 합성에 필요한 재료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과당을 섭취했다고 해서 먹은 양이 그대로 간 지방이나 체지방으로 쌓인다고 설명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입니다. 과당이 지방으로 전환되는 정도는 섭취량과 총열량, 식사의 구성, 개인의 대사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신생 지방합성(DNL)이란 무엇일까?
지방간과 과당의 관계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 신생 지방합성입니다. 영어로는 de novo lipogenesis, 줄여서 DNL이라고 부릅니다.
용어는 어렵지만 원리는 비교적 간단합니다.
우리 몸을 하나의 살림살이라고 생각해보겠습니다. 필요한 에너지를 사용하고도 탄수화물 재료가 남으면, 간은 그 일부를 새로운 지방산으로 만들어 저장하거나 다른 조직으로 보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신생 지방합성입니다.
과당도 이 과정에 필요한 재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미 에너지가 충분한 상태에서 많은 양의 당이 반복해서 들어오면, 간에서 지방을 새로 만드는 경로가 더욱 활발해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지방은 중성지방 형태로 포장되어 혈액을 통해 다른 조직으로 운반됩니다. 그러나 지방이 만들어지고 들어오는 양이 처리하거나 내보내는 양보다 많아지면 일부가 간세포에 쌓일 수 있습니다. 혈액으로 운반되는 중성지방이 많아지면 혈중 중성지방 수치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지방간과 높은 중성지방 수치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 이유도 이러한 대사 과정과 관련이 있습니다.
과당과 지방간, 섭취 조건이 중요합니다

과당과 지방간을 조사한 연구를 읽을 때는 총섭취 열량을 어떻게 설정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기존 탄수화물의 일부를 과당으로 바꾸되 하루 총열량을 동일하게 유지한 연구에서는 간 지방이나 간 효소 수치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평소 식사에 많은 양의 과당을 추가해 총열량까지 증가시킨 연구에서는 간 지방과 일부 간 관련 지표가 증가했습니다. 다만 이러한 연구 중에는 일상적으로 먹기 어려울 만큼 많은 양의 순수 과당을 사용한 경우도 있어 결과를 그대로 일반 식생활에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최근 연구들을 종합하면 총열량뿐만 아니라 당을 섭취하는 식품의 종류도 중요합니다. 특히 가당음료처럼 포만감은 크지 않으면서 당과 열량을 빠르게 추가하는 식품은 과잉 섭취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따라서 “과당 하나가 지방간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말하기보다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반복될 때 간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 필요한 양보다 많은 열량을 계속 섭취하는 경우
- 가당음료나 달콤한 음료를 습관적으로 마시는 경우
- 첨가당이 많은 가공식품을 자주 먹는 경우
- 활동량이 적고 복부비만이나 인슐린 저항성이 함께 있는 경우
설탕과 액상과당 중 무엇이 더 나쁠까?
설탕과 액상과당 가운데 하나만 특별히 안전하거나, 하나만 절대적으로 위험하다고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설탕은 포도당과 과당이 결합한 형태이고, 식품에 사용하는 액상과당도 보통 포도당과 과당을 함께 포함합니다. 종류에 따라 비율과 구조에는 차이가 있지만, 실제 식생활에서는 특정 감미료의 이름만큼 전체 첨가당 섭취량과 섭취 형태가 중요합니다.
액상과당이라는 이름 때문에 과당만 들어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포도당과 과당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설탕·옥수수시럽과 어떻게 다른지는 ‘액상과당·옥수수시럽 차이, 설탕보다 정말 더 나쁠까?’ 글에서 비교했습니다.
탄산음료나 달콤한 커피처럼 당이 든 음료를 자주 마신다면 어떤 감미료를 사용했는지만 따지기보다, 하루 동안 음료로 섭취하는 당과 열량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는 편이 더 실질적입니다.
과일도 과당인데 끊어야 할까?

여기까지 읽으면 과일까지 걱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통과일과 가당음료는 같은 기준으로 볼 필요가 없습니다.
통과일에는 과당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수분과 식이섬유를 비롯한 여러 영양성분이 함께 들어 있고, 직접 씹어 먹기 때문에 주스나 음료보다 섭취 속도와 한 번에 먹는 양이 달라집니다. 식품의 전체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도 차이입니다.
반면 과일주스는 통과일보다 식이섬유가 적거나 식품 구조가 깨져 있고, 씹는 과정 없이 빠르게 마실 수 있습니다. 말린 과일은 식이섬유가 남아 있더라도 수분이 줄어 부피가 작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먹기 쉽습니다.
따라서 지방간이 걱정된다고 통과일을 무조건 끊기보다는, 가당음료와 과일주스, 농축액, 시럽처럼 당을 빠르고 많이 섭취하기 쉬운 형태부터 점검하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당을 줄이려면 무엇부터 바꾸면 좋을까?
지방간이나 중성지방이 걱정된다고 모든 당을 극단적으로 끊을 필요는 없습니다. 무심코 반복해서 먹는 첨가당부터 하나씩 줄이는 방법이 현실적입니다.
- 가당 탄산음료를 물이나 무가당 음료로 바꿔보기
- 달콤한 커피나 말차라떼를 주문할 때 시럽 양 줄이기
- 소스와 드레싱의 원재료명과 당류 함량 확인하기
- 과자와 디저트를 매일이 아닌 가끔 먹는 음식으로 바꾸기
- 갈증이 날 때 과일주스보다 물을 마시고, 과일은 통째로 먹기
한꺼번에 완벽하게 바꾸려 하기보다 반복해서 먹는 음료나 간식 하나부터 조절하는 편이 오래 유지하기 좋습니다.
마무리
과당과 지방간의 관계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과당을 한 번 먹었다고 곧바로 지방간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양의 첨가당과 과잉 열량을 반복해서 섭취하는 식습관은 간 지방과 중성지방 증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과당을 무조건 독처럼 여기거나 통과일까지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먼저 매일 마시는 가당음료와 달콤한 커피, 무심코 먹는 가공식품에 첨가당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살펴보세요.
감미료 하나의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형태로, 얼마나 자주, 얼마나 많이 먹고 있는가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당을 많이 섭취하는 식습관이 중성지방과 LDL, 혈관 플라크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연결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참고자료
이 글은 아래 자료를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 World Health Organization, Guideline: Sugars intake for adults and children, 2015 — https://www.who.int/publications/i/item/9789241549028
- Chiu S, et al., “Fructose, high-fructose corn syrup, sucrose, and 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 or indexes of liver health: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controlled feeding trials”, 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2014 —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4135494/
- Chung M, et al., “Effect of fructose on markers of 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 (NAFLD):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controlled feeding trials”, Europe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2014 — https://pubmed.ncbi.nlm.nih.gov/24569542/
- Hannou SA, et al., “Fructose metabolism and metabolic disease”, 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 2018 —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5663253/
- Tappy L, et al., “Metabolic Fate of Fructose Ingested with and without Glucose in a Mixed Meal”, Nutrients, 2014 —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4113761/
- Tappy L, et al., “Health outcomes of a high fructose intake” 관련 리뷰, Nutrients, 2019 —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68518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