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스트레스

  • 스트레스와 혈관 플라크, 잠을 못 자면 더 나빠질까?

    스트레스와 혈관 플라크, 잠을 못 자면 더 나빠질까?

    건강검진에서 경동맥 플라크나 관상동맥 석회화가 발견되면 잠을 설친 날마다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와 혈관 플라크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이 하룻밤 만에 플라크를 만들거나 곧바로 터뜨린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혈압과 혈당, 자율신경, 염증 반응, 생활습관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면서 장기적인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특히 심한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되거나 이미 심혈관질환을 진단받은 사람이라면 단순한 피로로 넘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검사 결과를 받은 뒤 잠이 더 안 오는 이유

    “혈관에 플라크가 보입니다.”

    의사가 건넨 이 한 문장은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그날부터 어깨가 뻐근해도 혈관 때문인 것 같고, 새벽에 눈이 떠지면 잠을 못 자서 플라크가 더 커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게 됩니다.

    검색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혈관을 터뜨린다”는 식의 자극적인 표현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혈관 플라크는 일반적으로 몇 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되는 변화입니다. 잠을 하루 설쳤거나 스트레스를 한 번 심하게 받았다고 갑자기 플라크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스트레스와 혈관 플라크가 아무 관련이 없다는 뜻도 아닙니다. 두 요인은 하나의 직선이 아니라 혈압과 혈당, 염증 반응, 흡연·음주·과식 같은 여러 경로를 통해 연결됩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까?

    스트레스와 혈관 플라크의 관계를 보여주는 교감신경과 혈관 수축

    긴장한 순간 나타나는 반응

    긴장하거나 화가 나면 자율신경 가운데 교감신경이 활성화됩니다.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 같은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심장이 빠르게 뛰고 혈관이 수축해 혈압이 일시적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반응은 위험에 대처하도록 몸을 준비시키는 정상적인 생리 현상입니다. 스트레스 상황이 끝나면 대개 심박수와 혈압도 원래 상태로 돌아갑니다.

    스트레스가 오래 지속되면 달라지는 점

    문제는 긴장 상태가 몇 달 또는 몇 년 동안 반복될 때입니다. 만성 스트레스가 이어지면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과 교감신경계의 조절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혈압과 혈당 조절, 인슐린 감수성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만성 스트레스가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 혈관 내피 기능 저하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됩니다.

    이런 변화가 고혈압이나 고혈당, 이상지질혈증 같은 다른 위험요인과 겹치면 죽상동맥경화증이 진행되기 쉬운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코르티솔 하나가 혈관 플라크를 직접 만든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스트레스가 혈압과 혈당, 염증 반응 및 생활습관을 함께 흔들면서 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스트레스와 혈관 플라크는 어떻게 연결될까?

    연관성과 인과관계는 다릅니다

    52개국 약 2만 9천 명이 참여한 INTERHEART 연구에서는 직장과 가정에서 경험하는 사회심리적 스트레스와 우울감 등이 급성 심근경색 위험과 관련된 요인으로 보고됐습니다.

    다만 이러한 대규모 연구는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에게 심혈관 사건이 더 자주 발생했다는 ‘연관성’을 보여줍니다. 스트레스가 플라크를 직접 몇 밀리미터 키웠다는 식의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닙니다.

    사람마다 흡연 여부와 식습관, 운동량, 수면 상태, 경제적 환경, 기존 질환 등이 다르기 때문에 스트레스 하나의 영향만 분리하기는 어렵습니다.


    생활습관을 통해 돌아오는 영향

    스트레스가 혈관에 미치는 영향 가운데 실제 생활에서 놓치기 쉬운 것이 행동의 변화입니다.

    마음이 힘들면 담배나 술이 늘고, 늦은 밤 단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을 찾기 쉬워집니다. 피곤하니 운동량은 줄어들고 잠드는 시간도 점점 불규칙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흡연은 스트레스 해소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혈관 내피와 혈전 형성에 직접적인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혈관 플라크가 있는데 담배를 피우면 어떻게 될까? 글에서 확인해 보세요.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 체중과 중성지방, 혈압, 혈당 같은 플라크의 주요 위험요인이 함께 나빠질 수 있습니다. 특정 호르몬 하나를 범인으로 지목하기보다 스트레스가 여러 위험요인을 동시에 흔들 수 있다고 보는 편이 현실에 가깝습니다.


    잠이 부족하면 혈관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밤에도 충분히 낮아지지 않는 혈압

    일반적으로 잠을 자는 동안에는 혈압이 깨어 있을 때보다 낮아집니다. 이를 야간 혈압 하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수면이 부족하거나 자주 깨는 상태가 반복되면 교감신경의 활성이 높아지고, 일부 사람에게서는 야간 혈압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이러한 야간 혈압 이상이 더욱 뚜렷해질 수 있습니다.

    아침 혈압이 유독 높거나 약을 복용해도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는 사람에게 수면 상태를 함께 확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식욕과 혈당 조절의 변화

    잠이 부족하면 허기가 커지고 고열량 음식을 찾게 되며, 실제 섭취 열량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렙틴과 그렐린 같은 식욕 조절 호르몬의 변화도 제시됐지만 연구 결과가 모두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다 중요한 점은 수면 부족이 반복될 경우 식욕 조절과 인슐린 감수성, 체중 관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체중과 내장지방이 늘면 혈당과 중성지방, 혈압도 함께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염증 반응과 혈관 기능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면 일부 염증 지표가 높아지고 혈관 내피 기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보고됩니다.

    그렇다고 며칠 잠을 설친 것만으로 혈관 플라크가 갑자기 커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장기간 반복되는 수면 부족이 다른 심혈관 위험요인과 겹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수면 시간만큼 중요한 규칙성

    침대에 오래 누워 있어도 밤에 자주 깨거나 깊이 잠들지 못한다면 충분히 회복됐다고 느끼기 어렵습니다. 매일 잠드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이 크게 달라지는 것도 생체리듬과 대사 조절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MESA 연구에서는 취침 시간이나 수면시간의 변동 폭이 큰 사람에게서 심혈관 사건이 더 많이 관찰됐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 역시 관찰연구이므로 불규칙한 수면이 심혈관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수면시간뿐 아니라 수면의 질과 규칙성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혈압이 혈관 벽과 기존 플라크에 어떤 부담을 주는지는 혈압이 높으면 혈관 플라크도 더 빨리 진행될까? 글에서 자세히 정리했습니다.


    몇 시간을 자야 혈관에 좋을까?

    성인의 권장 수면시간

    미국심장협회는 2022년 심혈관 건강을 평가하는 ‘Life’s Essential 8’에 수면을 공식적으로 포함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성인에게는 하루 7~9시간의 수면이 권장됩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정확히 같은 시간을 자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침에 비교적 개운하게 일어나고 낮에 심하게 졸리지 않으며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개인에게 필요한 수면시간에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짧은 수면과 심혈관질환 위험

    15개 전향적 연구와 약 47만 명을 분석한 메타분석에서는 짧은 수면이 관상동맥질환 및 뇌졸중 위험 증가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연구마다 짧은 수면을 정의한 기준은 조금씩 달랐습니다.

    증상이 없는 중년 성인을 조사한 PESA 연구에서는 하루 6시간 미만으로 잔 사람이 7~8시간 잔 사람보다 여러 혈관 부위에서 죽상동맥경화가 관찰될 가능성이 더 높았습니다.

    이 결과는 짧고 불규칙한 수면이 혈관 건강과 관련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관찰연구이기 때문에 수면 부족이 플라크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오래 자면 더 좋을까?

    여러 관찰연구에서는 대체로 하루 9시간 안팎 이상의 긴 수면도 심혈관질환 위험 증가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면시간과 심혈관 위험이 흔히 U자 모양으로 표현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오래 자는 것 자체가 혈관을 손상시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수면무호흡증이나 우울감, 만성질환 또는 이미 존재하는 심장 문제 때문에 수면시간이 길어졌을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평소보다 잠이 지나치게 길어지고, 충분히 잔 뒤에도 계속 피곤하다면 단순히 잠이 많아진 것으로 넘기기보다 그 원인을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코골이를 단순한 잠버릇으로 넘기면 안 되는 이유

    수면무호흡증으로 좁아진 기도와 심혈관 부담을 보여주는 이미지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잠자는 동안 기도가 반복적으로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호흡이 멈추는 질환입니다. 호흡이 멈출 때마다 혈중 산소 농도가 떨어지고 몸은 다시 숨을 쉬기 위해 짧게 깨어납니다.

    이 과정이 밤새 반복되면 교감신경이 계속 활성화되고 야간 혈압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저산소 상태도 혈관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수면무호흡증은 고혈압과 심방세동을 비롯한 부정맥, 심부전, 뇌졸중, 관상동맥질환 등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심장협회도 심혈관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수면무호흡증의 발견과 관리가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이미 혈관 플라크가 발견된 사람에게 심한 코골이나 무호흡 증상이 있다면 한 번쯤 확인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에는 수면다원검사나 의료진이 판단한 적절한 검사가 이용됩니다.


    스트레스나 불면이 플라크를 터뜨릴 수 있을까?

    혈관 플라크가 있다는 말을 들은 사람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입니다.

    이미 염증이 심하고 덮개가 얇아진 취약한 플라크가 있는 상태에서 극심한 분노나 충격 같은 급성 스트레스가 혈압과 심박수를 빠르게 높이면 심혈관 사건의 방아쇠로 작용할 가능성은 제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스트레스를 한 번 크게 받으면 플라크가 터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은 지나친 해석입니다.

    급성 심혈관 사건은 플라크의 상태와 혈압, 혈전 형성 경향, 흡연, 당뇨병 등 여러 조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합니다. 스트레스를 받은 날마다 플라크가 터질까 봐 불안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로 더 중요하게 관리해야 하는 것은 오랫동안 반복되는 불면과 만성 스트레스입니다. 이것들이 혈압과 혈당, 생활습관을 지속적으로 흔들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혈관을 위한 현실적인 수면·스트레스 관리법

    완벽하게 자야 한다는 부담은 오히려 잠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모든 방법을 한꺼번에 실천하기보다 자신에게 필요한 한두 가지부터 시작해 보세요.

    •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합니다. 잠든 시간이 조금 달라도 일어나는 시간을 비슷하게 맞추면 생체리듬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아침에 밝은 빛을 봅니다. 기상 후 햇빛을 보는 습관은 낮과 밤의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오후와 저녁의 카페인을 조절합니다. 커피뿐 아니라 녹차, 홍차, 초콜릿, 에너지음료에도 카페인이 들어 있습니다.
    • 잠들기 전 술과 과식을 피합니다. 술은 잠드는 시간을 앞당길 수 있지만 수면을 잘게 끊고 새벽 각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규칙적으로 몸을 움직입니다. 걷기와 가벼운 유산소운동은 긴장을 낮추고 수면을 돕습니다. 늦은 시간의 강한 운동이 잠을 방해한다면 운동 시간을 앞당기는 것이 좋습니다.
    • 취침 전 화면과 밝은 조명을 줄입니다. 잠들기 전에는 스마트폰을 침대에서 떨어진 곳에 두고 조명을 조금 어둡게 해보세요.
    • 긴장을 내려놓는 시간을 만듭니다. 짧은 호흡 훈련이나 스트레칭, 저녁 산책처럼 매일 반복할 수 있는 방법이 좋습니다.
    • 불면이 오래 지속되면 치료를 고려합니다. 만성 불면에는 불면증 인지행동치료가 우선적으로 권고됩니다. 수면제나 멜라토닌, 영양제는 혈관 플라크를 치료하는 방법이 아닙니다.

    그리고 관리의 우선순위를 잊지 않아야 합니다. 스트레스와 혈관 플라크의 관계가 걱정되더라도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혈압과 혈당, LDL 콜레스테롤, 흡연 여부입니다.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는 이러한 기본적인 위험요인 관리 위에 더하는 생활관리이지, 처방받은 약이나 치료를 대신하는 방법은 아닙니다.


    이런 신호가 있다면 진료를 고려하세요

    다음 증상이 있다면 수면무호흡증이나 만성 불면에 대한 상담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 자다가 숨이 멎는다는 말을 들은 경우
    • 코골이가 심하고 숨이 막혀 헐떡이며 깨는 경우
    • 아침에 두통이 자주 생기는 경우
    • 기상 직후 혈압이 유독 높은 경우
    • 충분히 잔 것 같은데도 낮에 심하게 졸린 경우
    • 운전하거나 일할 때 졸음을 참기 어려운 경우
    • 약을 복용해도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는 경우
    •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깨는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

    가슴을 누르는 듯한 통증이나 압박감,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식은땀, 팔이나 턱으로 퍼지는 통증이 나타난다면 수면이나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넘겨서는 안 됩니다. 즉시 119에 연락하거나 응급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스트레스와 혈관 플라크, 하루보다 장기적인 방향이 중요합니다

    스트레스를 완전히 없애거나 매일 정확히 같은 시간만큼 자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기준을 세우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는 생각이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와 혈관 플라크의 관계는 하루의 문제가 아니라 오랫동안 이어지는 생활의 방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수면과 스트레스를 꾸준히 관리하면 혈압과 혈당을 비롯한 심혈관 위험요인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밤에는 두 가지만 실천해 보세요. 내일 일어날 시간을 미리 정하고, 잠들기 30분 전에는 휴대폰을 침대에서 떨어진 곳에 두는 것입니다. 작지만 흐트러진 생활 리듬을 되찾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정보를 정리한 내용이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현재 복용 중인 약이나 검사 결과에 대한 판단은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