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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세포는 어떻게 서로를 찾아 연결될까? 성장원뿔과 시냅스 이야기

    뇌세포는 어떻게 서로를 찾아 연결될까? 성장원뿔과 시냅스 이야기

    뉴런 연결 과정은 눈으로 직접 보기 어려운 뇌 속 현상입니다. 얼마 전 SNS에서 신경세포가 작은 손을 뻗어 이웃 세포를 찾아가는 듯한 현미경 영상을 보았습니다.

    여러 개의 가느다란 돌기가 허공을 더듬으며 상대를 향해 뻗어 나가는 모습이 무척 신기했습니다. 영상을 보고 나니 자연스럽게 이런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정말 뇌세포가 서로를 찾아가 실제로 연결되는 걸까요?

    먼저 한 가지는 조심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상의 정확한 출처와 실험 조건을 확인하지 못했다면 어떤 종류의 세포인지, 어떤 환경에서 촬영됐는지 알 수 없습니다. 실제 사람의 뇌 안을 촬영한 장면이나 성인이 새로운 습관을 만들 때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단정해서도 안 됩니다.

    다만 신경세포의 돌기가 주변을 탐색하며 자라나는 현상 자체는 실제로 존재합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성장원뿔(growth cone)​입니다.

    오늘은 뉴런이 어떻게 길을 찾고, 다른 세포와 만나 시냅스를 형성하는지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뉴런 연결 과정에서 뉴런 전체가 움직일까?

    뇌의 대표적인 신경세포인 뉴런(neuron)​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세포체(soma)​는 핵이 들어 있는 뉴런의 몸통입니다. 세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고 에너지를 관리합니다.

    나뭇가지처럼 뻗은 수상돌기(dendrite)​는 다른 뉴런에서 오는 신호를 받아들이는 안테나 역할을 합니다.

    길게 뻗은 축삭(axon)​은 뉴런에서 발생한 전기 신호를 다른 신경세포나 근육세포로 전달하는 통로입니다. 뉴런은 일반적으로 하나의 축삭을 가지지만, 축삭 끝은 여러 갈래로 나뉠 수 있습니다.

    뇌가 발달하는 동안에는 새로 만들어진 뉴런의 세포체가 자신이 자리 잡을 위치로 이동하는 신경세포 이동도 일어납니다. 그러나 자리를 잡은 뉴런이 다른 세포와 연결될 때는 대개 뉴런 전체가 상대를 향해 기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자라나는 축삭 끝부분이 주변을 탐색하면서 연결될 곳을 찾아갑니다.

    따라서 현미경 영상에서 보이는 가느다란 구조는 뉴런의 몸통 전체가 팔을 뻗는 모습이라기보다, 축삭이나 다른 신경돌기가 자라며 주변을 탐색하는 모습으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작은 탐험가, 성장원뿔

    뉴런 연결 과정에서 축삭 끝의 성장원뿔과 필로포디아를 확대한 모습

    자라나는 축삭의 맨 끝에는 성장원뿔이라는 역동적인 구조가 있습니다.

    성장원뿔은 주변 환경을 살피면서 축삭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결정합니다. 축삭의 맨 앞에서 길을 탐색하는 작은 탐험가이자 내비게이션인 셈입니다.

    현미경으로 보면 성장원뿔은 손바닥을 펼친 모습이나 부채꼴과 비슷합니다.

    가장자리에는 손가락처럼 길고 가느다란 필로포디아(filopodia)​가 뻗어 있습니다. 필로포디아는 주변의 신호를 감지하는 더듬이처럼 움직입니다.

    필로포디아 사이에는 얇은 막 모양의 라멜리포디아(lamellipodia)​가 펼쳐져 있습니다. 이 구조도 성장원뿔이 주변 표면과 상호작용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데 관여합니다.

    이러한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세포 내부의 뼈대입니다.

    가장자리에는 액틴(actin)​이라는 단백질이 풍부합니다. 액틴이 결합하고 해체되는 과정에 따라 돌기가 앞으로 뻗거나 움츠러들고, 성장원뿔의 방향도 달라집니다.

    중심부로는 미세소관(microtubule)​이 이어집니다. 미세소관은 자라나는 축삭을 지지하는 동시에 필요한 물질이 이동하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


    성장원뿔까지 재료를 운반하는 키네신

    성장원뿔이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면 새로운 세포막과 단백질을 비롯한 여러 재료가 공급되어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지난 글에서 소개한 키네신(kinesin)​입니다.

    키네신 계열의 운동 단백질은 미세소관을 따라 이동하며 단백질, 소포, 세포 소기관 등 다양한 화물을 필요한 곳으로 운반합니다. 일부 키네신은 축삭과 성장원뿔의 발달에 필요한 물질을 운반하는 데에도 관여합니다.

    키네신을 세포 안에서 화물을 옮기는 배달원이라고 한다면, 성장원뿔은 세포의 가장 앞에서 길을 찾는 탐험가라고 비유할 수 있습니다.

    세포 안에서 필요한 물질을 운반하는 작은 배달원이 궁금하다면, 신기한 몸속 과학 1편 ‘세포 안을 걷는 배달원, 키네신은 무엇을 운반할까?’​도 함께 읽어보세요.


    성장원뿔은 어떻게 길을 찾을까?

    성장원뿔은 무작정 앞으로 나아가지 않습니다. 주변 세포와 조직에서 보내는 여러 신호를 읽으며 방향을 계속 조정합니다.

    이 신호는 멀리 퍼져 농도 차이로 방향을 알려주기도 하고, 성장원뿔이 특정 세포나 표면에 직접 닿았을 때 작용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축삭 유도 물질인 네트린(netrin)​은 성장원뿔이 가진 수용체와 주변 환경에 따라 축삭을 끌어당기거나 밀어낼 수 있습니다.

    슬릿(slit), 세마포린(semaphorin), 에프린(ephrin) 같은 물질도 성장원뿔이 특정 경계를 넘지 않게 하거나 방향을 바꾸도록 안내합니다.

    이를 도로에 비유하면 하나의 신호가 목적지까지 모두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원뿔이 여러 표지판과 도로 경계를 함께 읽으며 길을 찾아가는 것에 가깝습니다.

    성장원뿔 표면에는 이러한 신호를 감지하는 수용체가 있습니다. 한쪽에서 유인 신호가 감지되면 그 방향의 세포골격이 재배치되면서 성장원뿔이 방향을 틀 수 있습니다. 반대로 회피 신호가 감지된 쪽에서는 돌기가 움츠러들거나 진행 방향이 바뀔 수 있습니다.

    작은 성장원뿔은 이렇게 주변을 계속 탐색하며 조금씩 목적지를 향해 나아갑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바로 시냅스가 될까?

    성장원뿔은 목적지에 가까워지면 가지를 만들며 연결할 대상을 탐색합니다.

    하지만 다른 세포와 접촉했다고 해서 즉시 완성된 연결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세포 사이의 여러 분자 신호가 서로를 인식하고, 신호를 보내는 쪽과 받아들이는 쪽에 필요한 단백질이 모여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진행되면서 신호를 보내는 쪽에는 신경전달물질을 담은 작은 소포들이 모이고, 반대쪽에는 그 신호를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자리 잡습니다.

    이렇게 뉴런과 뉴런 또는 뉴런과 다른 표적 세포 사이에 만들어진 정보 전달 부위를 시냅스(synapse)​라고 합니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점이 있습니다.

    시냅스가 만들어져도 두 뉴런이 완전히 하나로 합쳐지는 것은 아닙니다.

    화학적 시냅스에서는 신호를 보내는 세포와 받는 세포가 매우 좁은 시냅스 간극을 사이에 두고 마주합니다. 신호를 보내는 뉴런이 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하면, 이 물질이 간극을 건너 반대편 세포의 수용체에 결합하면서 정보가 전달됩니다.

    뉴런 연결 과정에서 시냅스 간극을 건너 전달되는 신경전달물질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세포의 경계는 그대로 유지되는 것입니다.


    모든 연결이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뇌가 발달하는 동안에는 많은 신경 연결이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처음 형성된 연결이 모두 성숙한 회로로 남는 것은 아닙니다.

    신경 활동과 감각 경험, 세포 사이의 분자 신호, 주변 신경교세포의 작용 등이 함께 관여해 일부 연결은 강화되고, 일부는 약해지거나 제거됩니다.

    이처럼 발달 과정에서 불필요하거나 상대적으로 덜 적합한 연결이 정리되는 현상을 시냅스 가지치기(synaptic pruning)​라고 합니다.

    이를 ‘자주 쓰는 길은 무조건 남고, 사용하지 않는 길은 모두 사라진다’고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 과정은 그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다만 자주 함께 활성화되는 일부 연결은 신호 전달 효율이 높아질 수 있고, 발달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덜 활성화되거나 적합하지 않은 일부 연결은 약해지거나 정리될 수 있습니다.

    뇌의 신경망은 연결을 많이 만드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필요한 연결을 강화하고 전체 회로를 정교하게 다듬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새로운 습관을 만들 때도 같은 일이 일어날까?

    여기까지 살펴본 성장원뿔과 축삭 유도 과정은 주로 신경계가 만들어지는 발달 시기에 활발하게 일어납니다.

    그렇다면 성인이 새로운 운동이나 공부를 시작할 때도 성장원뿔이 긴 축삭을 새로 뻗어 길을 만드는 것일까요?

    발달기의 축삭 성장과 성인의 학습을 완전히 같은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성인의 뇌에서도 구조와 기능의 변화는 계속 일어납니다. 그러나 발달기처럼 신경망의 기본 배선을 처음부터 만드는 과정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성인의 학습과 기억에는 이미 존재하는 시냅스의 신호 전달 효율이 달라지고, 일부 연결의 구조와 활동 방식이 변하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 중요하게 관여합니다.

    수상돌기에 돋아 있는 작은 돌기인 수상돌기가시(dendritic spine)​의 모양과 크기, 안정성이 경험과 신경 활동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이를 도로에 비유해 보겠습니다.

    발달기의 축삭 유도가 새로운 지역에 도로망을 놓는 작업이라면, 성인의 학습은 이미 존재하는 도로의 통행 방식을 조정하고 일부 길을 보강하는 작업에 조금 더 가깝습니다.

    두 현상을 모두 ‘뇌에서 진행되는 공사’라고 비유할 수는 있지만, 새로운 도로망을 처음 만드는 것과 기존 도로를 정비하는 것은 서로 다른 작업입니다.

    따라서 SNS의 현미경 영상을 성인이 습관을 만들 때 뇌 안에서 그대로 일어나는 모습이라고 소개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새로운 것을 반복해서 배우는 동안 기존 신경회로의 활동 방식과 시냅스 효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은 가능합니다.


    뇌의 연결은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뉴런의 연결은 한순간에 완성되지 않습니다.

    성장원뿔은 주변의 신호를 탐색하며 길을 찾고, 적절한 표적에 도착하면 다른 세포와 시냅스를 형성합니다. 만들어진 연결 가운데 일부는 강화되고, 일부는 약해지거나 정리되면서 정교한 신경망이 만들어집니다.

    이 과정을 알고 나면 새로운 공부나 운동을 시작했을 때 느껴지는 초반의 어색함도 조금 다르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 어색함 자체를 ‘새 축삭이 자라는 느낌’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동작과 정보를 능숙하게 처리하려면 학습과 반복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뇌 회로의 작동 방식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익숙하지 않다고 해서 실패한 것은 아닙니다.

    성장원뿔이 수많은 신호를 살피며 조금씩 길을 찾아가듯, 우리도 반복되는 경험 속에서 새로운 일을 조금씩 익혀갑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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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포 안을 걷는 배달원, 키네신은 무엇을 운반할까?

    세포 안을 걷는 배달원, 키네신은 무엇을 운반할까?

    며칠 전 SNS에서 아주 신기한 영상을 보았습니다.

    가늘고 긴 레일 위를 작은 존재 하나가 두 다리를 번갈아 내밀며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움직이는 모습이 너무 생생해서 처음에는 누군가 AI로 만든 영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설명을 읽어보니 이 작은 존재는 우리 몸의 세포 안에서 일하는 단백질이라고 했습니다. 이름은 바로 키네신(kinesin)​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본 영상이 실제 현미경으로 촬영한 원본인지, 연구 결과를 토대로 만든 과학 애니메이션인지는 원본을 확인하지 않아 단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키네신이 세포 안의 길을 따라 움직이며 화물을 운반한다는 사실은 실제 연구로 확인된 내용입니다.

    도대체 이렇게 작은 단백질은 세포 안에서 무엇을 운반하고, 어떻게 가야 할 방향을 알고 움직이는 것일까요?

    키네신이란 무엇일까?

    키네신은 세포 안에서 여러 화물을 운반하는 모터 단백질입니다.

    모터 단백질이라는 말이 조금 어렵게 들릴 수 있지만, 에너지를 사용해 실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단백질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세포 안에는 미세소관(microtubule)​이라는 가느다란 단백질 구조물이 뻗어 있습니다. 미세소관은 세포의 모양을 지지하는 뼈대 역할도 하지만, 세포 내부의 물질이 이동하는 길로도 이용됩니다.

    키네신은 이 미세소관 위에 결합해 한쪽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우리가 흔히 그림이나 애니메이션에서 보는 kinesin-1에는 미세소관을 붙잡는 두 개의 머리 부분이 있습니다. 이 두 머리가 번갈아 앞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마치 사람이 두 다리로 걷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키네신을 설명할 때 ‘세포 안을 걷는 단백질’이라는 표현이 자주 사용됩니다.

    키네신은 정말 두 다리로 걸을까?

    미세소관 위에서 두 머리를 번갈아 움직이는 kinesin-1 모터 단백질

    키네신이 사람처럼 생각하면서 발을 내딛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두 머리가 번갈아 앞으로 이동하는 방식은 실제 실험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이를 과학자들은 핸드 오버 핸드(hand-over-hand) 방식이라고 부릅니다. 두 손으로 줄을 번갈아 잡으며 앞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됩니다.

    가장 많이 연구된 kinesin-1은 미세소관을 따라 약 8나노미터씩 앞으로 이동합니다.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이므로 눈으로는 볼 수 없을 만큼 작은 거리입니다.

    키네신이 움직이려면 에너지도 필요합니다. 이때 사용하는 것이 세포의 에너지 화폐라고 불리는 ATP입니다. kinesin-1은 일반적으로 한 번 이동할 때 ATP 한 분자를 분해해 얻은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다만 ‘키네신’은 하나의 단백질만을 가리키는 이름이 아닙니다. 사람에게도 여러 종류의 키네신 단백질이 있으며, 각각의 구조와 역할, 이동 방향이 모두 같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자주 보는 두 다리로 걷는 모습과 약 8나노미터라는 보폭은 주로 kinesin-1을 중심으로 한 설명입니다.

    세포 안에도 배송 시스템이 있다

    키네신의 역할은 세포 안에 작은 물류 시스템이 있다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 미세소관은 세포 안의 도로
    • 키네신은 도로 위를 이동하는 배송 기사
    • ATP는 이동에 필요한 연료
    • 소포와 세포기관은 목적지까지 옮겨야 하는 배송 화물

    하지만 키네신이 목적지를 스스로 판단하거나 길을 외워서 찾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미세소관에는 플러스(+) 말단과 마이너스(-) 말단이라는 방향성이 있습니다. 많은 종류의 키네신은 이 가운데 플러스 말단을 향해 이동합니다.

    세포 안에는 키네신과 반대 방향으로 화물을 운반하는 다이닌(dynein)​이라는 모터 단백질도 있습니다. 키네신과 다이닌을 비롯한 여러 단백질이 함께 작동하면서 세포 안의 양방향 운송이 조절됩니다.

    키네신은 무엇을 운반할까?

    키네신이 세포 안에서 옮기는 화물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여러 물질을 담고 있는 세포 내 소포
    • 세포의 에너지 생산에 관여하는 미토콘드리아
    • RNA와 단백질로 이루어진 복합체
    • 세포막으로 전달되어야 하는 물질
    • 신경세포의 말단으로 보내야 하는 여러 구성 성분

    키네신이 어떤 화물을 옮기는지는 키네신의 종류와 세포의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화물과 키네신 사이를 연결하는 단백질과 운반 과정을 조절하는 여러 신호도 관여합니다.

    혈액이 몸 전체의 물류망이라면, 키네신은 개별 세포 안에서 일하는 배송 직원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먹은 단백질을 배달하는 것일까?

    키네신 이야기를 처음 들으면 이런 궁금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먹은 단백질도 키네신이 몸 곳곳으로 배달해주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음식으로 섭취한 단백질은 소화 과정에서 주로 아미노산과 다이펩타이드·트라이펩타이드 같은 작은 조각으로 분해됩니다. 이들은 장에서 흡수된 뒤 우리 몸이 새로운 단백질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됩니다. 『단백질과 펩타이드의 차이가 궁금하다면, 「저분자 콜라겐·펩타이드·트리펩타이드의 차이」도 함께 읽어보세요.』

    각 세포는 공급받은 아미노산을 이용해 필요한 단백질을 새롭게 만듭니다. 키네신 역시 세포가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합성하는 단백질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키네신이 세포 안에서 소포와 세포기관 같은 화물을 운반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먹은 단백질 덩어리가 그대로 키네신이 되거나, 키네신이 음식 속 단백질을 등에 지고 혈관을 돌아다니는 것은 아닙니다.

    음식 속 단백질의 소화와 흡수는 몸 전체의 영양 공급 과정이고, 키네신의 운반은 그보다 훨씬 작은 개별 세포 내부에서 일어나는 과정입니다.

    신경세포에서 키네신이 중요한 이유

    키네신의 역할이 특히 중요한 곳 가운데 하나가 신경세포입니다.

    신경세포에는 축삭(axon)이라는 길고 가느다란 부분이 있습니다. 축삭은 신경 신호를 전달하는 통로로, 사람의 경우 일부는 1미터가 넘는 거리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신경세포의 축삭 안에서 미토콘드리아와 소포를 운반하는 키네신

    그런데 신경세포에 필요한 여러 단백질과 물질은 주로 세포체에서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물질을 멀리 떨어진 축삭 말단까지 보내려면 세포 안에서도 장거리 운송이 필요합니다.

    키네신은 미세소관을 따라 이동하면서 미토콘드리아와 여러 소포, 단백질 복합체 등을 축삭 말단 방향으로 운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세포 내부의 운송 이상은 여러 신경계 질환 연구에서도 중요한 주제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다만 키네신 한 종류의 이상이 특정 질환을 곧바로 일으킨다고 단순하게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질환의 발생에는 다양한 유전자와 세포 기능, 환경적 요인이 함께 관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SNS에서 본 키네신 영상은 진짜일까?

    키네신이 미세소관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이동한다는 사실 자체는 실제 실험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2004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키네신의 한쪽 머리에 형광 표지를 붙여 움직임을 추적했고, 두 머리가 번갈아 앞으로 나아가는 핸드 오버 핸드 방식에 대한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2023년에는 MINFLUX라는 초고해상도 현미경 기술을 이용한 두 편의 연구가 나란히 발표됐습니다.

    Wolff 연구팀은 시험관에서 재구성한 미세소관 위를 이동하는 kinesin-1의 움직임을 매우 정밀하게 분석했습니다. 함께 발표된 Deguchi 연구팀의 논문에서는 살아 있는 세포 안에서 kinesin-1이 이동하는 모습을 나노미터 수준으로 추적했습니다.

    하지만 연구진이 관찰한 것은 형광물질로 표시한 키네신의 위치 변화입니다. 사람처럼 생긴 몸통과 두 다리가 현미경 화면에 그대로 나타난 것은 아닙니다.

    SNS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선명한 키네신 영상은 실제 단백질의 구조와 실험으로 확인된 움직임을 바탕으로, 이해하기 쉽게 재구성한 과학 애니메이션일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키네신이 걷는다는 것은 모두 가짜다”라는 말도 맞지 않고, “SNS 영상에 보이는 모습이 현미경으로 그대로 촬영된 것이다”라고 단정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실제 과학적 관찰과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애니메이션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키네신 영양제도 있을까?

    키네신이 세포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니, 이를 보충하거나 더 활발하게 만드는 영양제가 있는지 궁금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키네신은 음식이나 영양제로 먹어서 직접 채워 넣는 성분이 아닙니다. 세포가 유전정보에 따라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단백질입니다.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가운데 ‘키네신 활성화 영양제’로 공식 인정된 제품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ATP가 키네신의 움직임에 사용된다고 해서 ATP 보충제를 먹으면 키네신이 더 빠르고 활발하게 움직인다고 해석해서도 안 됩니다. 세포 안의 ATP 생성과 사용은 매우 복잡하게 조절되며, 먹는 보충제를 키네신의 운동 능력과 곧바로 연결할 만한 근거도 부족합니다.

    키네신을 표적으로 삼는 치료제 연구는 항암제와 일부 희귀질환 치료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는 일반적인 영양제와는 전혀 다른 영역입니다.

    제품 추천이 없는 이야기가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몸이 어떻게 움직이고 유지되는지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 역시 건강정보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세포 안에서는 지금도 배송이 계속된다

    우리는 걷거나 움직일 때만 몸속에서 운동이 일어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세포 안에서는 키네신 같은 모터 단백질이 미세소관을 따라 이동하며 필요한 화물을 나르고 있습니다.

    물론 키네신이 사람처럼 생각하고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나노미터 크기의 단백질이 에너지를 사용하고, 정해진 길을 따라 움직이며, 세포가 필요한 물질을 필요한 장소로 옮긴다는 사실은 충분히 놀랍습니다.

    우리 몸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영양제나 질병 이야기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포 안의 작은 움직임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얼마나 정교한 체계로 유지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키네신과 주로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며 세포 안의 양방향 물류를 완성하는 또 다른 모터 단백질, 다이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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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Wolff JO, et al. MINFLUX dissects the unimpeded walking of kinesin-1. Science. 2023;379(6636):1004–1010.
    5. Deguchi T, et al. Direct observation of motor protein stepping in living cells using MINFLUX. Science. 2023;379(6636):1010–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