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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관 플라크는 핏속을 떠다니는 기름덩이가 아닙니다

    ‘혈관에 기름이 낀다’,
    ‘혈관을 깨끗하게 청소해야 한다’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특히 40대 이후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이런 말들이 갑자기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저 역시 혈관 플라크라는 말을 들으면 처음에는 혈액 속에 노란 기름 덩어리가 돌아다니다가 혈관 어딘가에 달라붙는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실제 죽상동맥경화가 진행되는 과정은 조금 다릅니다.

    가장 먼저 알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혈관 플라크는 핏속을 떠다니는 기름덩이가 아닙니다.


    플라크는 혈액 속을 떠다니다 붙는 것이 아니라 동맥벽에서 시작됩니다

    혈관 플라크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우리 혈액 속에는 콜레스테롤과 지방을 운반하는 여러 종류의 지단백 입자가 돌아다닙니다.

    그중 LDL을 비롯한 ApoB를 가진 지단백 입자는 죽상동맥경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이 입자들이 동맥의 가장 안쪽 층 아래로 들어가 머물게 되면 여러 변화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혈관 벽에 머문 지단백 입자는 변형되고, 여기에 면역세포가 모이면서 염증 반응이 일어납니다.

    면역세포 가운데 대식세포는 지질을 받아들이면서 거품세포라는 형태로 변하고, 이러한 과정이 오랜 시간 반복되면 지질과 세포 잔해 등이 쌓인 병변이 만들어집니다.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죽상경화성 플라크가 만들어지는 과정의 시작입니다.

    쉽게 말하면 혈관을 수도관처럼 생각해 안쪽에 기름때가 묻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혈액 속 기름덩이가 들러붙는 것이 아니라 동맥벽 자체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변화가 진행되는 것에 훨씬 가깝습니다.


    콜레스테롤만 모여 플라크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플라크를 단순한 ‘콜레스테롤 덩어리’라고 생각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플라크 안에는 지질뿐 아니라 면역세포, 죽은 세포의 잔해, 결합조직 등 다양한 성분이 섞여 있습니다.

    몸은 이러한 병변을 그대로 노출해 두지 않습니다.

    혈관 평활근세포 등이 관여하면서 콜라겐을 비롯한 조직을 만들어 병변 위를 덮게 되고, 이를 섬유성 막(fibrous cap)이라고 합니다.

    시간이 더 지나면 일부 플라크에서는 칼슘 침착과 석회화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래된 죽상경화성 플라크는 단순한 지방덩어리라기보다 지질, 염증세포, 섬유조직, 칼슘 등이 함께 존재하는 복합적인 병변에 가깝습니다.


    플라크가 위험한 이유는 혈관이 좁아지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플라크는 왜 위험할까요?

    플라크가 점점 커지면 피가 흐르는 공간이 좁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심혈관 질환에서 중요한 문제는 그것만이 아닙니다.

    일부 플라크는 내부에 지질이 많고 염증 반응이 활발하면서 이를 덮고 있는 섬유성 막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플라크가 파열되거나 표면에 손상이 생기면 평소 혈액과 접촉하지 않던 물질이 혈액에 노출됩니다.

    그러면 혈소판과 혈액응고 시스템이 빠르게 활성화되면서 혈전, 즉 피떡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혈전 형성이나 혈류 차단이 관상동맥에서 발생하면 심근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고, 뇌로 가는 혈관에서 발생하면 허혈성 뇌졸중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심혈관 건강에서는 단순히 ‘혈관이 얼마나 좁아졌는가’뿐 아니라 플라크의 전체적인 상태와 혈압, 콜레스테롤, 혈당, 흡연과 같은 위험요인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운동을 하면 혈관이 깨끗해질까요?

    운동을 하고 땀을 많이 흘리면 몸속 노폐물이나 혈관의 기름때까지 씻겨 나갈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플라크는 혈관 벽 안에서 형성되는 병변이기 때문에 혈류가 빨라진다고 물청소하듯 떨어져 나가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운동이 혈관 건강에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운동은 혈관 속 플라크를 씻어내는 청소가 아니라, 플라크가 쌓이고 진행하기 어려운 몸의 환경을 만드는 일입니다.

    꾸준한 운동은 혈압 관리에 도움이 되고, 인슐린 감수성과 혈당 조절을 개선하며 중성지방을 낮추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혈관 내피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도록 돕고 전반적인 심혈관 위험을 낮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결국 운동의 진짜 가치는 ‘이미 생긴 플라크를 씻어낸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죽상동맥경화가 진행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혈관 청소 음식’을 찾기보다 식사 전체를 봐야 합니다

    인터넷이나 건강식품 광고를 보면 특정 음식이나 오일, 즙을 먹으면 혈관에 쌓인 찌꺼기를 제거해 준다는 표현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혈관 벽 안에서 만들어진 플라크를 물리적으로 씻어내거나 녹여 배출시키는 특별한 음식은 없습니다.

    혈관 건강을 위해 더 중요한 것은 매일 반복되는 식사의 전체적인 패턴입니다.

    채소와 콩류, 통곡물, 견과류, 생선과 같은 식품을 충분히 먹고 불포화지방을 적절하게 섭취하면서,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의 과도한 섭취, 지나치게 많은 당과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리고 혈압, LDL 콜레스테롤, 혈당, 흡연 여부 역시 함께 관리해야 합니다.

    이미 심혈관 위험이 높아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면 생활습관이나 건강기능식품만으로 대신하려 하기보다 담당 의료진의 치료와 함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0대 이후 운동의 이유가 달라지는 순간

    젊을 때 운동을 시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체중 감량이나 몸매 관리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40대 후반을 지나면서부터 운동의 의미는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늘 걷고, 근육을 움직이고, 건강한 음식을 먹는 일이 단순히 오늘의 체중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10년, 20년 뒤 혈관 건강을 위한 준비가 되기 때문입니다.

    혈관 건강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하는 청소가 아닙니다.

    플라크가 쌓이고 진행하기 어려운 몸을 매일 만들어가는 일에 더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거창한 특별식이나 ‘혈관 청소’ 영양제가 아니라 오늘 한 번 더 걷고, 한 끼를 조금 더 건강하게 먹고,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꾸준히 확인하는 기본적인 습관일지도 모릅니다.

    다음 글에서는 플라크가 단순히 혈관을 좁히는 것보다 왜 ‘파열되는 순간’이 더 문제가 될 수 있는지, 그리고 혈전이 심근경색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