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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세포는 어떻게 서로를 찾아 연결될까? 성장원뿔과 시냅스 이야기

    뉴런 연결 과정은 눈으로 직접 보기 어려운 뇌 속 현상입니다. 얼마 전 SNS에서 신경세포가 작은 손을 뻗어 이웃 세포를 찾아가는 듯한 현미경 영상을 보았습니다.

    여러 개의 가느다란 돌기가 허공을 더듬으며 상대를 향해 뻗어 나가는 모습이 무척 신기했습니다. 영상을 보고 나니 자연스럽게 이런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정말 뇌세포가 서로를 찾아가 실제로 연결되는 걸까요?

    먼저 한 가지는 조심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상의 정확한 출처와 실험 조건을 확인하지 못했다면 어떤 종류의 세포인지, 어떤 환경에서 촬영됐는지 알 수 없습니다. 실제 사람의 뇌 안을 촬영한 장면이나 성인이 새로운 습관을 만들 때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단정해서도 안 됩니다.

    다만 신경세포의 돌기가 주변을 탐색하며 자라나는 현상 자체는 실제로 존재합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성장원뿔(growth cone)​입니다.

    오늘은 뉴런이 어떻게 길을 찾고, 다른 세포와 만나 시냅스를 형성하는지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뉴런 연결 과정에서 뉴런 전체가 움직일까?

    뇌의 대표적인 신경세포인 뉴런(neuron)​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세포체(soma)​는 핵이 들어 있는 뉴런의 몸통입니다. 세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고 에너지를 관리합니다.

    나뭇가지처럼 뻗은 수상돌기(dendrite)​는 다른 뉴런에서 오는 신호를 받아들이는 안테나 역할을 합니다.

    길게 뻗은 축삭(axon)​은 뉴런에서 발생한 전기 신호를 다른 신경세포나 근육세포로 전달하는 통로입니다. 뉴런은 일반적으로 하나의 축삭을 가지지만, 축삭 끝은 여러 갈래로 나뉠 수 있습니다.

    뇌가 발달하는 동안에는 새로 만들어진 뉴런의 세포체가 자신이 자리 잡을 위치로 이동하는 신경세포 이동도 일어납니다. 그러나 자리를 잡은 뉴런이 다른 세포와 연결될 때는 대개 뉴런 전체가 상대를 향해 기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자라나는 축삭 끝부분이 주변을 탐색하면서 연결될 곳을 찾아갑니다.

    따라서 현미경 영상에서 보이는 가느다란 구조는 뉴런의 몸통 전체가 팔을 뻗는 모습이라기보다, 축삭이나 다른 신경돌기가 자라며 주변을 탐색하는 모습으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작은 탐험가, 성장원뿔

    뉴런 연결 과정에서 축삭 끝의 성장원뿔과 필로포디아를 확대한 모습

    자라나는 축삭의 맨 끝에는 성장원뿔이라는 역동적인 구조가 있습니다.

    성장원뿔은 주변 환경을 살피면서 축삭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결정합니다. 축삭의 맨 앞에서 길을 탐색하는 작은 탐험가이자 내비게이션인 셈입니다.

    현미경으로 보면 성장원뿔은 손바닥을 펼친 모습이나 부채꼴과 비슷합니다.

    가장자리에는 손가락처럼 길고 가느다란 필로포디아(filopodia)​가 뻗어 있습니다. 필로포디아는 주변의 신호를 감지하는 더듬이처럼 움직입니다.

    필로포디아 사이에는 얇은 막 모양의 라멜리포디아(lamellipodia)​가 펼쳐져 있습니다. 이 구조도 성장원뿔이 주변 표면과 상호작용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데 관여합니다.

    이러한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세포 내부의 뼈대입니다.

    가장자리에는 액틴(actin)​이라는 단백질이 풍부합니다. 액틴이 결합하고 해체되는 과정에 따라 돌기가 앞으로 뻗거나 움츠러들고, 성장원뿔의 방향도 달라집니다.

    중심부로는 미세소관(microtubule)​이 이어집니다. 미세소관은 자라나는 축삭을 지지하는 동시에 필요한 물질이 이동하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


    성장원뿔까지 재료를 운반하는 키네신

    성장원뿔이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면 새로운 세포막과 단백질을 비롯한 여러 재료가 공급되어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지난 글에서 소개한 키네신(kinesin)​입니다.

    키네신 계열의 운동 단백질은 미세소관을 따라 이동하며 단백질, 소포, 세포 소기관 등 다양한 화물을 필요한 곳으로 운반합니다. 일부 키네신은 축삭과 성장원뿔의 발달에 필요한 물질을 운반하는 데에도 관여합니다.

    키네신을 세포 안에서 화물을 옮기는 배달원이라고 한다면, 성장원뿔은 세포의 가장 앞에서 길을 찾는 탐험가라고 비유할 수 있습니다.

    세포 안에서 필요한 물질을 운반하는 작은 배달원이 궁금하다면, 신기한 몸속 과학 1편 ‘세포 안을 걷는 배달원, 키네신은 무엇을 운반할까?’​도 함께 읽어보세요.


    성장원뿔은 어떻게 길을 찾을까?

    성장원뿔은 무작정 앞으로 나아가지 않습니다. 주변 세포와 조직에서 보내는 여러 신호를 읽으며 방향을 계속 조정합니다.

    이 신호는 멀리 퍼져 농도 차이로 방향을 알려주기도 하고, 성장원뿔이 특정 세포나 표면에 직접 닿았을 때 작용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축삭 유도 물질인 네트린(netrin)​은 성장원뿔이 가진 수용체와 주변 환경에 따라 축삭을 끌어당기거나 밀어낼 수 있습니다.

    슬릿(slit), 세마포린(semaphorin), 에프린(ephrin) 같은 물질도 성장원뿔이 특정 경계를 넘지 않게 하거나 방향을 바꾸도록 안내합니다.

    이를 도로에 비유하면 하나의 신호가 목적지까지 모두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원뿔이 여러 표지판과 도로 경계를 함께 읽으며 길을 찾아가는 것에 가깝습니다.

    성장원뿔 표면에는 이러한 신호를 감지하는 수용체가 있습니다. 한쪽에서 유인 신호가 감지되면 그 방향의 세포골격이 재배치되면서 성장원뿔이 방향을 틀 수 있습니다. 반대로 회피 신호가 감지된 쪽에서는 돌기가 움츠러들거나 진행 방향이 바뀔 수 있습니다.

    작은 성장원뿔은 이렇게 주변을 계속 탐색하며 조금씩 목적지를 향해 나아갑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바로 시냅스가 될까?

    성장원뿔은 목적지에 가까워지면 가지를 만들며 연결할 대상을 탐색합니다.

    하지만 다른 세포와 접촉했다고 해서 즉시 완성된 연결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세포 사이의 여러 분자 신호가 서로를 인식하고, 신호를 보내는 쪽과 받아들이는 쪽에 필요한 단백질이 모여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진행되면서 신호를 보내는 쪽에는 신경전달물질을 담은 작은 소포들이 모이고, 반대쪽에는 그 신호를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자리 잡습니다.

    이렇게 뉴런과 뉴런 또는 뉴런과 다른 표적 세포 사이에 만들어진 정보 전달 부위를 시냅스(synapse)​라고 합니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점이 있습니다.

    시냅스가 만들어져도 두 뉴런이 완전히 하나로 합쳐지는 것은 아닙니다.

    화학적 시냅스에서는 신호를 보내는 세포와 받는 세포가 매우 좁은 시냅스 간극을 사이에 두고 마주합니다. 신호를 보내는 뉴런이 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하면, 이 물질이 간극을 건너 반대편 세포의 수용체에 결합하면서 정보가 전달됩니다.

    뉴런 연결 과정에서 시냅스 간극을 건너 전달되는 신경전달물질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세포의 경계는 그대로 유지되는 것입니다.


    모든 연결이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뇌가 발달하는 동안에는 많은 신경 연결이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처음 형성된 연결이 모두 성숙한 회로로 남는 것은 아닙니다.

    신경 활동과 감각 경험, 세포 사이의 분자 신호, 주변 신경교세포의 작용 등이 함께 관여해 일부 연결은 강화되고, 일부는 약해지거나 제거됩니다.

    이처럼 발달 과정에서 불필요하거나 상대적으로 덜 적합한 연결이 정리되는 현상을 시냅스 가지치기(synaptic pruning)​라고 합니다.

    이를 ‘자주 쓰는 길은 무조건 남고, 사용하지 않는 길은 모두 사라진다’고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 과정은 그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다만 자주 함께 활성화되는 일부 연결은 신호 전달 효율이 높아질 수 있고, 발달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덜 활성화되거나 적합하지 않은 일부 연결은 약해지거나 정리될 수 있습니다.

    뇌의 신경망은 연결을 많이 만드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필요한 연결을 강화하고 전체 회로를 정교하게 다듬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새로운 습관을 만들 때도 같은 일이 일어날까?

    여기까지 살펴본 성장원뿔과 축삭 유도 과정은 주로 신경계가 만들어지는 발달 시기에 활발하게 일어납니다.

    그렇다면 성인이 새로운 운동이나 공부를 시작할 때도 성장원뿔이 긴 축삭을 새로 뻗어 길을 만드는 것일까요?

    발달기의 축삭 성장과 성인의 학습을 완전히 같은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성인의 뇌에서도 구조와 기능의 변화는 계속 일어납니다. 그러나 발달기처럼 신경망의 기본 배선을 처음부터 만드는 과정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성인의 학습과 기억에는 이미 존재하는 시냅스의 신호 전달 효율이 달라지고, 일부 연결의 구조와 활동 방식이 변하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 중요하게 관여합니다.

    수상돌기에 돋아 있는 작은 돌기인 수상돌기가시(dendritic spine)​의 모양과 크기, 안정성이 경험과 신경 활동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이를 도로에 비유해 보겠습니다.

    발달기의 축삭 유도가 새로운 지역에 도로망을 놓는 작업이라면, 성인의 학습은 이미 존재하는 도로의 통행 방식을 조정하고 일부 길을 보강하는 작업에 조금 더 가깝습니다.

    두 현상을 모두 ‘뇌에서 진행되는 공사’라고 비유할 수는 있지만, 새로운 도로망을 처음 만드는 것과 기존 도로를 정비하는 것은 서로 다른 작업입니다.

    따라서 SNS의 현미경 영상을 성인이 습관을 만들 때 뇌 안에서 그대로 일어나는 모습이라고 소개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새로운 것을 반복해서 배우는 동안 기존 신경회로의 활동 방식과 시냅스 효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은 가능합니다.


    뇌의 연결은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뉴런의 연결은 한순간에 완성되지 않습니다.

    성장원뿔은 주변의 신호를 탐색하며 길을 찾고, 적절한 표적에 도착하면 다른 세포와 시냅스를 형성합니다. 만들어진 연결 가운데 일부는 강화되고, 일부는 약해지거나 정리되면서 정교한 신경망이 만들어집니다.

    이 과정을 알고 나면 새로운 공부나 운동을 시작했을 때 느껴지는 초반의 어색함도 조금 다르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 어색함 자체를 ‘새 축삭이 자라는 느낌’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동작과 정보를 능숙하게 처리하려면 학습과 반복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뇌 회로의 작동 방식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익숙하지 않다고 해서 실패한 것은 아닙니다.

    성장원뿔이 수많은 신호를 살피며 조금씩 길을 찾아가듯, 우리도 반복되는 경험 속에서 새로운 일을 조금씩 익혀갑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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