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구우면 당독소가 생긴다는 말을 듣고 나면, 노릇하게 구워진 고기를 보면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쪽에서는 “고기에는 당이 거의 없으니 설탕 양념만 하지 않으면 괜찮다”고 말합니다. 어느 설명을 믿어야 할까요?
설탕을 넣지 않은 고기에서도 가열 과정에 AGEs가 생성될 수 있습니다. 다만 ‘구운 고기는 모두 위험하다’거나 ‘삶으면 당독소가 전혀 없다’고 나누는 것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흔히 당독소라고 부르는 최종당화산물, AGEs를 조리법의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조리기기의 이름 하나보다 온도·시간·수분·양념이 함께 만드는 조건입니다.
음식으로 섭취하는 AGEs와 몸속에서 일어나는 당화의 차이가 궁금하다면, 앞선 글 음식 속 당독소는 그대로 몸에 쌓일까? 체내 당화와의 차이를 먼저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양념하지 않은 고기에도 당독소가 생길까요?
AGEs는 설탕을 뿌린 음식에서만 만들어지는 물질이 아닙니다.
고기에는 단백질뿐 아니라 소량의 당과 지방 등 다양한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가열하면서 이 성분들이 반응하고, 당이나 지방의 분해·산화 과정에서 생긴 반응성 물질도 단백질을 변형시킬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AGE 지표인 CML은 당과 관련된 반응뿐 아니라 지방 산화와 연결된 경로로도 형성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설탕을 넣지 않았으니 AGE가 생길 재료도 없다”는 설명은 맞지 않습니다. 당과 지방을 각각 단백질과 가열한 식품 모형 연구에서도 이러한 생성 경로를 살펴봤습니다.
그렇다고 고기를 굽는 순간 해로운 물질이 일정한 양만큼 생긴다는 뜻은 아닙니다. 고기의 구성과 조리 조건에 따라 측정 결과는 달라집니다.
구운 고기 당독소, 굽기·삶기·찌기에 따라 달라질까요?

고기를 굽다가 표면의 물기가 마르면, 겉면은 물이 충분한 상태보다 높은 온도에 노출되기 쉽습니다. 이때 갈색과 구운 향을 만드는 마이야르 반응이 활발해지고, 일부 AGEs의 생성도 촉진될 수 있습니다.
반면 삶기와 찌기는 물이나 수증기를 이용합니다. 일반적인 대기압 조건에서 끓는 물은 약 100℃이므로, 마른 불판이나 오븐에 노출되는 표면과는 가열 환경이 다릅니다. 압력솥처럼 압력을 높이는 조리는 별도로 생각해야 합니다.
식품 분석 연구에서는 수분을 이용한 조리, 낮은 가열 온도, 짧은 조리 시간 등이 AGE 생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한 결과가 보고됐습니다. 다만 충분히 익히는 데 필요한 시간까지 줄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 조리 방식 | 살펴볼 조건 |
|---|---|
| 팬·그릴 굽기 | 불판의 열, 표면 건조, 굽는 시간, 직접 불꽃에 닿는지 |
| 오븐·에어프라이어 | 설정 온도, 가열 시간, 열풍과 표면 건조 |
| 삶기 | 물의 온도, 조리 시간, 고기와 국물로 성분이 나뉘는 정도 |
| 찌기 | 수증기와 압력 조건, 조리 시간, 고기 내부의 익힘 정도 |
“굽기는 삶기보다 무조건 몇 배 많다”는 식의 숫자는 모든 고기에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무엇을 측정했는지, 같은 정도로 익혔는지, 어떤 중량 기준으로 비교했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조리 후 100g당 수치에는 수분 손실도 반영됩니다
생고기와 구운 고기의 성분표를 비교할 때 놓치기 쉬운 것이 수분입니다.
예를 들어 생고기 100g이 조리 후 75g으로 줄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어떤 성분의 총량이 전혀 변하지 않았더라도, 조리 후 고기 100g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그 성분의 농도는 약 33% 높아집니다.
실제 조리에서는 새로운 성분이 생성되기도 하고, 육즙이나 조리수로 빠져나가기도 합니다.
따라서 조리 후 100g당 AGE 수치가 높아졌다는 결과를 전부 ‘새로 만들어진 양’으로 해석하면 안 됩니다. 그렇다고 증가분이 모두 수분 손실 때문이라는 뜻도 아닙니다.
또 CML·CEL 등은 AGE를 평가하는 개별 지표입니다. 한 가지 지표의 결과를 ‘당독소 전체의 양’으로 바꾸어 말하지 않는 것이 정확합니다.
갈색으로 구워진 고기와 탄 고기는 같을까요?
앞선 2편에서 살펴봤듯이, 음식의 갈색 자체가 곧 당독소는 아닙니다.
마이야르 반응에서는 색과 향을 만드는 다양한 물질이 생깁니다. AGEs는 그 과정과 관련된 여러 생성물 중 일부이며, 눈에 보이는 갈색만으로 함량을 알아낼 수는 없습니다.
노릇하게 익은 상태와 검게 탄 상태도 구분해야 합니다. 고온 조리에서 이야기하는 헤테로고리 아민(HCAs), 연기나 불꽃과 관련된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역시 AGEs와 같은 이름의 물질이 아닙니다.
이들을 모두 ‘당독소’로 묶으면 서로 다른 문제를 혼동하게 됩니다.
일상에서는 색을 보고 AGE 수치를 추정하기보다, 겉면을 지나치게 검게 태우지 않고 불필요하게 오래 가열하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 됩니다.
에어프라이어는 당독소 걱정이 없을까요?
에어프라이어는 기름을 많이 붓지 않고도 음식을 바삭하게 조리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하지만 기름 사용량과 AGE 생성량은 같은 지표가 아닙니다.
뜨거운 공기로 표면을 말리면서 익히는 만큼, 고기 자체의 성분과 가열 조건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2024년 한 연구에서는 쇠고기·닭고기·생선을 대상으로 허브가 포함된 마리네이드와 조리 방식에 따른 CML·CEL을 분석했습니다. 비교 조건은 오븐 200℃에서 12분, 에어프라이어 250℃에서 8분이었습니다. 삶기나 찌기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 연구를 근거로 “에어프라이어는 삶기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온도와 시간도 달라 기기 자체의 효과만 분리해서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에어프라이어라는 이유만으로 AGE가 거의 생기지 않는다고 안심하거나, 반대로 다른 조리기기보다 나쁘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로 얼마나 뜨겁게, 얼마나 오래 조리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식초나 레몬즙에 재우면 줄어들까요?

산성 재료를 활용한 마리네이드는 일부 실험에서 조리 중 AGE 생성을 줄였습니다. 2010년 연구에서도 식초나 레몬즙 같은 산성 재료의 저감 효과를 보고했습니다.
다만 이를 “레몬즙에 재우면 항상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공식처럼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고기의 종류와 두께, 산의 농도, 재우는 시간, 다른 양념과 조리 조건이 모두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설탕·물엿·꿀·과일즙이 들어간 양념도 한 가지 효과로 묶기 어렵습니다. 당의 종류와 양뿐 아니라 산도와 다른 성분까지 함께 작용합니다. ‘당이 들어가면 무조건 폭증한다’거나 ‘식초의 효과가 모두 사라진다’는 표현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식품을 조리할 때 AGE 생성을 줄이는 것과, 이미 몸속에 생긴 AGE를 없애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마리네이드 연구를 식초의 체내 ‘당독소 제거 효과’로 연결해서는 안 됩니다.
당독소를 줄이려다 고기를 덜 익히지는 마세요
가열 시간을 줄이는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것은 식품 안전입니다.
불을 약하게 했다고 고기 내부까지 충분히 익은 것은 아니며, 겉면의 색만으로 안전성을 판단하기도 어렵습니다. 가능하면 식품용 온도계로 중심온도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미국 USDA가 제시하는 가정용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고기 종류·형태 | 안전 중심온도 기준 |
|---|---|
| 소·돼지 등의 스테이크·로스트·찹 | 63℃ 도달 후 최소 3분 휴지 |
| 다진 소·돼지고기 등 | 71℃ |
| 닭·칠면조 등 가금류와 다진 가금육 | 74℃ |
같은 쇠고기라도 덩어리 고기와 다진 고기의 기준이 다릅니다. 이 수치는 기기의 설정 온도가 아니라 고기 내부의 온도입니다.
AGE를 줄이겠다고 덜 익히기보다는, 안전하게 익힌 뒤에도 표면을 더 검게 만들려고 계속 가열하는 습관을 줄이는 방향이 적절합니다.
저AGE 식단의 효과는 어디까지 확인됐을까요?
음식에서 AGE 함량이 낮게 측정됐다는 사실과, 그 음식을 먹으면 질병이 예방된다는 결론 사이에는 거리가 있습니다.
과체중 성인 20명을 대상으로 한 2016년 무작위 교차시험에서는 열량과 주요 영양소를 맞춘 고AGE·저AGE 식단을 각각 2주간 섭취하도록 했습니다. 연구진은 저AGE 식단에서 인슐린 감수성의 개선을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소규모·단기간 연구에서 대사 지표가 좋아졌다는 결과만으로, 특정 조리법이 당뇨병이나 심근경색을 예방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구운 고기는 혈관을 망가뜨린다’는 식의 설명보다, 식품 분석 결과와 사람의 장기적인 건강 결과를 구분해서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구운 고기를 즐기면서 조절하는 방법
매번 고기를 삶아 먹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다음과 같이 조리 습관을 조절해볼 수 있습니다.
- 구이만 반복하기보다 삶기·찌기·국물 조리도 번갈아 활용합니다.
- 안전하게 익힌 뒤에는 필요 이상으로 오래 가열하지 않습니다.
- 겉면이 계속 검어지면 불의 세기나 열원과의 거리를 조절합니다.
- 양념이 많은 고기는 표면이 쉽게 타는지 살펴봅니다.
- 에어프라이어도 바삭함을 더하려고 조리 시간을 무작정 늘리지 않습니다.
한 끼의 갈색 정도만으로 식사의 건강함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단백질을 충분히 먹는지, 채소와 다양한 식품을 함께 먹는지, 전체적인 식사 구성이 어떤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당독소를 줄이는 조리는 고기를 두려워하는 방식보다, 충분히 익히면서 불필요한 과열을 줄이고 조리법을 다양하게 사용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면 좋겠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설탕과 과당, 통과일과 음료의 차이를 통해 음식 속 AGE와 몸속 당화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참고문헌
- Uribarri J, et al. (2010). Advanced glycation end products in foods and a practical guide to their reduction in the diet. Journal of the American Dietetic Association, 110(6), 911–916.e12.
조리 온도·수분·산성 재료와 식품 AGE 생성에 관한 자료입니다. 면역분석법 기반 수치를 다른 분석법의 결과와 직접 비교하지 않았습니다.
https://doi.org/10.1016/j.jada.2010.03.018 - Kılıç Altun S, et al. (2024). Inhibition of Nε-(carboxyethyl)lysine and Nε-(carboxymethyl)lysine formation in beef, chicken, and fish meat: A comparative study of oven frying and air frying with a marinade-containing Micromeria fruticosa. Food Science & Nutrition, 12(9), 6298–6314.
오븐·에어프라이어 조리와 허브 마리네이드를 비교한 연구이며, 삶기·찌기와의 직접 비교 연구는 아닙니다.
https://doi.org/10.1002/fsn3.4276 - de Courten B, et al. (2016). Diet low in advanced glycation end products increases insulin sensitivity in healthy overweight individuals: A double-blind, randomized, crossover trial. 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103(6), 1426–1433.
저AGE 식단과 인슐린 감수성을 살펴본 단기 임상시험으로, 장기적인 질병 예방 효과를 입증한 연구는 아닙니다.
https://doi.org/10.3945/ajcn.115.125427 - USDA Food Safety and Inspection Service. Safe Minimum Internal Temperature Chart.
육류의 종류와 형태에 따른 안전 중심온도 및 휴지 시간 안내입니다.
https://www.fsis.usda.gov/food-safety/safe-food-handling-and-preparation/food-safety-basics/safe-temperature-ch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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